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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다들 임상 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직업적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면 천만다행입니다.

All has good thing and bad thing.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듯이 좋은 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왜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적 현실이 도무지 만족스럽지가 않은지 개인적인 몇 가지 이유를 꼽아보았습니다.

 

 

1. 개인 공간의 부재

회사를 가면 아무리 중소기업의 작은 회사라도 개인 책상과 컴퓨터 자리가 주어집니다. 나만의 공간은 나의 소속감이 생기고 나의 사회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부여합니다.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에 각인된 지위만큼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맞는 공간과 복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더 본인의 직업과 위치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생기는 병원들의 공고를 보면 치과위생사를 위한 쉴 수 있는 공간을 넓게 마련했다는 복지를 내세우지만 그것은 각자 개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모여 쉴 수 있는 공간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치과위생사들은 환자가 없는 쉬는 타임에 좁은 소독실 한켠에 둘러앉아 휴대폰이나 보면서 웃고 떠드는 게 현실이죠.

 

개인 책상과 공간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에 뭐라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병원 매출 향상을 위한 마케팅 자료를 조사한다던가 진료 중에 궁금했던 외과수술에 대한 논문을 검색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2. 오너와 밀착하여 일하는 구조

치과위생사가 하는 일은 의사의 지시와 오더가 내 눈앞에서 즉각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의 일이며, 한국인들 특성상 빠르게 진행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의 속도와 일의 정확도는 반비례합니다. 정확하게 반비례하지 않지만 행동/일의 속도가 빨라지면 일의 정밀도/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의 인간입니다. 오너와 밀착하여 일하는 구조 자체도 상당히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일인데, 일의 속도까지 요구받는 것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3. 치료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판매하는 것인가?

치료의 기본 목적은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일이어야 합니다. 환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치료를 권장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내가 저기에 누워있다면 어떤 치료를 받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한 병원의 실장이라면 본인이 권장하는 치료가 환자를 위한 치료인가 매출을 위한 치료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자문했으면 합니다. 

 

4. 동료들 간에 격이 없는 게 과연 좋은 건가? 

1번의 문제에서 파생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개인 공간의 부재가 생기면서 동료들 간에 격이 없이 지내게 되는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파벌이 생깁니다. 무리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면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친한 사람들끼리만 일을 협업하는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무리에 끼지 못한 자는 결국 소외되어 튕겨져 나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직장에서의 인연은 시절인연입니다. 그 회사 그 병원에 있을 때는 죽고 못 살 것처럼 이 얘기 저 얘기 속얘기 다 끌어다가 하면서 누가 볼 때 베스트프렌드인 마냥 친하게 지내지만 퇴사하고 나면 남남입니다. 한 시절 한 공간에서 매일매일 같은 상황을 공유했기 때문에 생긴 친밀도를 착각한 것일 뿐입니다. 덧붙이자면 그렇게 격이 없이 지내다가 막판에 틀어지는 상황을 아주 많이 보아왔습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처럼 사람 사이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원칙이 동료 간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5. 하나의 목표설정, 그리고 치과위생사 한 명 한 명에게 각기 다른 임무를 준다면? 

직원 하나에 각자 다른 임무를 준다면 서로 밥그릇 싸움이 덜할 것입니다. 치과위생사로서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남이 보기엔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네가 잘하니 내가 잘하니 밥그릇 싸움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아예 다른 임무를 부여받는다면 비교할 것도 없고 오히려 협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병원이 하나의 큰 목표를 설정했다면, 직원의 장점을 살린 업무를 정하고 각각의 치과위생사에게 부여한다면 본인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이거니와 동료들 간의 경쟁심을 덜 느끼면서 서로 협동하여 정해놓은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치과계가 구인난인 이유는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의 직업적 메리트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위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직업임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직업을 통한 자기만족, 자아실현이 어렵고 사회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없는 이유는 위의 원인들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위의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저는 치과위생사로서 임상적 깊이도 없고 딱히 욕심도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문제점을 알면서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 한 줄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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